2022년 짧은 회고

kindo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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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1. 2. 22:57

시간이 빠르다는 말을 달고 살았던 2022년이었다.

오래 몸 담았던 대학교를 떠났고 일하고 싶었던 회사에서 새로운 시작을 했다.

많은 사람, 공간, 환경이 변했고 그 변화 속에서 스스로에게 몰랐던 모습을 발견하기도 했으며 많은 부분이 변하기도 했다.

 


[1] 먼저 지난 대학 생활이 떠오른다.

 

8월에 졸업 사진을 찍는 것을 마지막으로 대학 생활의 마침표를 찍었다. 긴 시간동안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그 사람들과 공유했던 시간과 공간들이 아직까지 기억에 많이 남는다. 회사 생활을 하며 이전보다는 자주 연락하거나 만나지는 못하지만 가끔씩 만나서 서로의 근황에 대해 이야기하고 옛날 이야기를 하는 것들이 더 재밌고 의미있게 느껴진다.

대학 생활을 돌아보면, 주변에는 항상 대단한 사람들이 많았던 것 같다.

 

자신이 꿈꾸는 미래를 위해 20대 초, 중반의 긴 시간을 꾸준히 한 곳에 투자하는 사람도 많았고, 타인의 가치관보다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뚝심있게 준비해나가는 사람도 있었다. 각자가 하는 생각과 하고 싶은 일은 서로 달랐지만 미래를 준비하는 태도에 있어서는 모종의 동질감이 있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을 주변에 둔 나는 많은 것들을 공짜로 배울 수 있었다.

고마운 사람들도 많았다.

 

28살 지금의 내가 살아가는 방식은 모두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세워졌다. 즐겁고 힘든 순간들, 혹은 그냥 일상의 매 순간들에서 주고 받았던 대화같은 것들이 그랬다. 그리고 지금 개발자로 일할 수 있었던 것도 주변 사람들의 많은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각자의 삶이 바빠지고 있다는 것을 서로가 아는 것 같다. 그래도 2023년에는 조금이라도 더 연락을 하고 지내야겠다.

 


[2] 개발자로서 회고는 이렇다.


학교를 다닐 때 가장 가고 싶었던 회사가 네이버였다. 그리고 운이 좋게도 2021 하반기 공채에 합격했고, 졸업을 한 뒤 9월부터 일을 시작했다.

입사하기 전에는 회사 생활에 기대했던 것들이 많았다. 개중에 가장 바라던 것은, 지금까지 내가 공부한 내용들이 완전히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능력치 차이(?)를 느끼는 것이었다. 그 능력의 차이를 느끼고 어떤 부분을 내가 더 공부해야 하는지, 어떤 개발자가 진짜 좋은 개발자인지 궁금했다.

하지만 이런 나의 바람은 절반정도 이뤄진 것 같다. 물론 시간이 더 지나면 그 때 느끼는 점은 분명 다르겠지만, 일단 현 시점에서 왜 이렇게 느꼈는가에 대해 정리를 해보려고 한다.

 

[2-1] 플러스

먼저, 단 한 번도 내가 '신입이니까'라는 인상을 받지 못했다. 똑같은 한 명의 팀원으로 인정하는 수평적 분위기가 잘 자리잡아 있었고, 그 안에서 어떤 업무든 해볼 수 있는 환경, 서로의 의견을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었다. 이는 다른 팀원의 PR에 대해 코멘트를 남길 때나,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지 혹은 구조적으로 의문이 생기는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을 때 다른 팀원들의 듣고 말하는 태도에서 느낄 수 있었다.

 

둘째로, 모르는 것들은 항상 질문을 통해 해결될 수 있었다. 대학교를 다닐 때나, 혼자 공부를 할 때는 모르는 것들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답답함을 많이 느꼈다. 해결책 자체를 찾는 것도 어려웠을 뿐더러 그 방법이 맞는지에 대한 의심이 늘 따라다녔다. 하지만 여기에서는 고민을 해본 뒤 질문을 하면 내 생각을 잘 이해해주시고 정확한 답변을 항상 해주셨다. 그래서 팀원들에게 안정감을 느낄 수 있었고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마지막으로 모두가 성실하고 친절했다. 자신이 맡은 프로젝트나 이슈에 대해 책임감있게 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누군가의 작업물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문제가 생겼을 때는 모두가 자신의 일처럼 해결하려고 했다. 업무 외적으로 대화를 나눌 때도 남을 존중하면서 이야기를 하는 분위기였기 때문에 사람으로 인해 어려웠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2-2] 마이너스

첫째, 팀에게 처리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고 모든 업무에는 우선순위가 있다는 점이 딜레마였다. 우선순위에서 조금 뒤쳐진 일은 분명 필요한 일임에도 자꾸 뒤로 밀리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이렇게 밀리는 업무들이 언제까지 밀려야하는가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 리소스는 한정되어 있고 해야하는 일은 많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느껴지는 감정이었다.

특히 이렇게 뒤로 밀리는 일에는 코드나 아키텍쳐의 레거시를 개선하는 작업, 테스트 코드를 추가하고 개선하는 것, 새로운 기술 스택을 도입해보는 것, 성능이나 안정성을 개선하는 작업, 작업을 자동화하고 파편화 된 업무들을 응집력있게 만드는 작업 등이 포함되는 것 같았다. 

둘째, 서비스의 규모가 너무 컸다. 서비스의 규모가 크다 보니 팀은 세분화되어 나눠지게 되었고 업무를 하는 데 있어 팀과 팀 사이의 의존성이 단단히 얽혀 일의 진행 속도를 낮추는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 그리고 분명 하나의 서비스이지만 각 팀마다의 도메인과 API과 다르고 기술 스택도 다르다 보니 어떻게 각 팀의 업무가 하나 하나가 서비스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지에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2-3] 나는?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조직에서 일하며 느낀' 개발자로서 느낀 점은 위와 같았다. 그러면 나를 독립적으로 떼어놓고 보면 어땠을까

 

첫째, 전반적인 업무나 이슈 처리 등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르는 히스토리가 아직 많고 내가 처리하는 모든 이슈가 매 번 새로운 녀석들이다. 스스로 더 여유가 생겨야 팀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도 많아질 것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항상 배운 것들을 잘 기억하고, 정리하는 습관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한다. 


둘째, 우리 팀과 다른 팀의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들을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전에 '어떤 개발자가 될까'를 주제로 글을 썼었는데 요즘은 "내가 하는 일이 다른 사람이 일하는 데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가?"를 고민하는 게 꽤 즐겁게 느껴진다. 당연히 모든 업무가 서비스를 한 단계 더 나아지게 하는 데 일조하는 것이지만, 그 안을 더 들여다보면 업무끼리의 연관성이 존재하며 내가 조금 더 신경써서 작업을 하면 다른 사람이 일할 때 더 편해질 수 있겠다는 걸 느꼈다.

 

셋째, 실수를 줄이고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받아야겠다. 얼마 전, 이미지 처리 관련 이슈를 담당했었는데 작업 내용을 리얼 환경에 배포한 뒤 예외 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부분을 발견했던 적이 있다. 그래서 일단 롤백을 한 뒤 수정을 해서 다시 배포했는데 이 때도 다른 부분을 놓쳐서 급히 다시 수정하고 재배포 해야했다. 당시에는 열심히 코드를 작성해서 테스트도 해보고, PR을 날려 승인을 받았으니 ‘다른 사람들도 문제없다고 생각하는구나’라고 생각하고 기쁜 마음으로 Merge하고 배포했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니 다른 사람이 올린 PR에 대해 내가 그 사람만큼 코드를 100% 이해하고 코멘트를 남길 수 없는 것처럼, 다른 사람도 내 코드를 100% 이해하고 Approve를 누르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작성한 코드는 나의 책임인데 다른 사람들이 조금씩의 책임 지분을 갖고 있는 것처럼 착각했던 것이다.

 

그래서 이 일을 겪고 난 뒤에는 반나절, 하루의 시간은 더 검토를 하려고 한다. 작업이 조금은 늘어질 수 있겠지만 개발자에게 중요한 덕목 중 하나는 '신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작업을 하면서 의문이 드는 부분은 적극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피드백을 구하고, PR을 올릴 때도 변경사항이나 테스트 한 내용을 더 상세하게 기술하려고 한다. 올해에는 더 많은 일을 하는 것보다 더 꼼꼼히 일을 하는 게 큰 목표 중 하나다.

 

마지막으로, 개인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아야겠다. 요즘 퇴근을 하고 나면 공부를 그렇게 열심히 하지 않는다. 운동도 하고 피아노도 쳐야 하고 약속도 있고 밀린 업무를 조금 더 봐야하고.. 하는 등의 핑계거리는 있지만 30분이라도 개인적인 스터디를 해야겠다. 회사에서 배우는 내용도 많지만, 회사에서 다루지 않는 기술 스택에 대해서는 혼자 공부를 하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를 할 것 같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계획을 써보면, 1) 자바/코틀린/스프링, 2) 테스트 코드, 3) DB, 4) 카프카 이렇게 네 가지 분야에 대해서 공부를 할 예정이다. 아마 블로그에도 계속 정리를 해야 하니까 글이 올라오지 않으면 공부를 안 한다는 증거가 될 것 같다.

 


 

다음 회고를 쓸 때 지금 생각과 어떤 부분이 달라져있을지, 열심히 살고 있을지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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