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1년, 회고

kindo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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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9. 9. 16:39

9월 5일, 입사한 지 벌써 일 년이 지났다.
 
지난 매 순간들에는 1년 회고를 작성할 때가 되면 많은 이야기들을 쓸 것 같다는 생각을 했지만, 막상 1년 회고를 쓰는 시점이 오니 아직은 수확철이 되지 않은 생각들을 미리 내놓아야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래도 계속 미루다 보면 2023년 회고와 같이 쓰게 될 것 같아서, 지금 드는 생각들을 짧게 몇 가지만 적어보려고 한다.
 
 

그냥 나로서

기술적인 것에 관한 느낀점이나 성장에 대한 일기는 뒤로 하고, 먼저 그냥 나에 대한 회고를 해보려고 한다.
 

동경

2022년 8월에 작성한 회고를 다시 읽어봤다.

 

2020년 여름부터 지금까지

0. 들어가기 전에 원래 한참 전부터 지난 날들을 회고하는 글을 써보려고 했는데, 계속 미루다가 지금에서야 쓰게 됐다. 사실 회고라기보다는 지금 생각나는 내용들을 주저리 주저리 남겨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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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의 마지막에서 앞으로 어떤 목표를 가지고 살 것인지에 대해 정리한 부분이 있는데 아래와 같이 정리했더라.

2022년 8월 때의 회고

그리고 이걸 보고 느꼈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구나.
 
나름대로 선량하고 성숙한 사람이 되고자 생각은 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나는 부족한 인간이구나라는 생각은 더해왔다.
 
이유는 내가 동경하는 인물이나 삶이 많아졌다는 사실 때문인 것 같은데, 가까운 회사 사람, 친구, TV 속 연예인들, 운동 선수들 등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서부터 내 부족한 점을 발견했다(절대적으로 봤을 때도...).
 
예를 들어, 얼마 전에 가수 성시경님의 콘서트를 다녀왔는데 성시경님이 본인이 섭외한 선후배 동료들에게 평소에 얼마나 잘해왔는지 무대 사이 주고 받는 말이나 같이 노래를 부르는 모습들에서 느낄 수 있었다.
 

9월 3일 성시경 콘서트

 
또, 내가 좋아하는 손흥민 선수가 지난 시즌에 부진한 모습을 보였는데 이번 시즌에는 다시 좋은 모습을 보이는 모습을 보면서 외부에는 보이지 않지만 어떤 감정을 속으로 삭였을지와 얼마나 많은 생각, 노력을 했는지도 느꼈다.
 
물론 이런 생각들은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삶의 가까운 모든 순간들에서 배워야 할 것들이 많아졌다는 것이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것들을 어떻게 내가 잘 받아들일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해야겠다.
 
 

습관

일년동안 지켜야겠다고 생각한 습관들(저축, 운동, 개인 스터디, 블로그 등)은 지켰다. 더 기특한 삶도 있었겠지만, 최소한의 것들은 지켜왔으니 무승부는 되는 것 같다.
 
일년동안 모아야겠다고 목표한 금액을 딱 그만큼 모았고, 운동도 나름 열심히 했고, 개인 스터디와 블로그 작성도 꾸준히 했다. 
 
'주식을 하면 돈을 더 빨리 모을 수 있지 않을까? 그냥 좀 쓸까? 헬스말고 다른 운동을 해볼까? 블로그를 정리할 시간에 그냥 개인 스터디를 더 할까?' 등 중간 중간 한 눈도 팔았고, 더 좋은 방향으로 발전시키는 데까지는 못 나갔다.
 
하지만 그동안 해오던 것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왔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런 것들은 해오던 방식을 그대로 고수했던 것 같다.
 
다만, 이제는 이 습관들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스스로도 알기 때문에 좀 더 열심히, 큰 목표를 두고 해야겠다는 결심을 한다.
 
문득 떠오른 것으로는 '다시 1년이 지났을 때는 지난 1년동안 저축한 돈보다 천만원을 더 모으기'?
 
 

자아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고,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대한 메타 인지가 조금 생겼다.
 
뭔가 말로 풀어서 설명하기는 어려운데, 단순한 예를 들자면 어떤 취향의 노래를 좋아하는지 명확해졌고, 스트레스 받는 상황에서 무엇을 하면 조금 풀어지는지 알게 됐다. 어떤 상황에서 내가 짜증이 나는지도 예상이 되기 시작했고 내가 그것을 어떻게 회피하려는지도 예상이 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 후회가 되는 일이 될지, 잘했다고 생각하는 일이 될지에 대한 감(?)이 생긴 것 같다.
 
스스로를 예상 가능한 인간이라고 느끼게 된 것이 조금 이상한 감정이지만 뭔가 어떻게 스스로를 다루는 방법에 대한 레시피를 만들면 잘 써먹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개발자로서

개발자로서 1년 회고에는 양가감정이 든다.
 
도전적으로 열심히 일했고 팀에서도 인정을 받았던 것 같다. 퇴근 후, 주말에도 나름 시간을 내서 공부도 했고 더 나은 개발자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하지만 부족한 점이 훨씬 더 많고 고민이 되는 내용들도 많다.
 

신뢰

먼저, 지난 1년 간 가장 의미있다고 생각한 성장은 개발자로서 신뢰를 지키려고 노력한 것이다.
 
다른 글에서 썼던 것 같지만, 작년 12월에 기획에서 문의들어온 이슈 중 약 2주의 리소스를 예상한 작업이 있었다. 잘하고 싶은 욕심에 일주일만에 이슈를 해결 처리하고, 테스트 코드와 몇 가지 테스트를 해본 뒤 배포를 했다. 하지만 몇 시간 뒤, 버그가 발견되었고 급하게 수정해서 배포한 뒤, 또 다른 버그를 냈다.
 
이 일이 있은 뒤 얼마 후 면담에서 팀 리더님은 개발자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 중 하나는 신뢰라고 하셨다. 이 사람에게 일을 맡기면 안심되는 감정을 들게 하라는 것이었다.
 
당시에는 창피한 마음이 컸다. 찾기 어려운 버그도 아니었는데 무엇이 급해서 그랬을까 자책도 했었다.
 
하지만, 그 일이 있고 나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비슷한 버그 혹은 장애를 낸 적이 없다.
 
그만큼 모든 작업에 있어 신중하려고 했고, 더 많은 것들을 고려하려고 했다.
 
개발에 대한 단순한 지식의 수준을 넘어서 어떻게 개발하는가에 대한 태도가 굉장히 중요한 것임을 느꼈다.
 


공부

한편, 아직 배워야 할 게 너무 많다고 느끼고 때로는 이런 압박감이 절대 끝나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에 스트레스도 받는다.
 
얼마 전에 쓴 글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는데, 공부를 할수록 끝이 없다는 좌절감이 있다.

 

아는만큼 보인다는 말

지금 회사에 오기 전까지, 대학생 때는 매 분기 혹은 반기마다의 목표를 세워 벽에 붙여뒀다. 가령, 코딩 테스트 몇 문제를 푼다거나 JPA에 대한 어느정도 수준까지를 공부한다거나 하는 식의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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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 간 JUnit5 기반 테스트 코드 도입, 빌드 툴 전환, 도커 및 배포 환경 개선, 코드 작성의 구조나 패턴에 대한 변화 등 팀 개발 문화의 크고 작은 부분을 바꿔나갔다. 물론 그 과정에서 마주하는 크고 작은 이슈들로 인해 어려웠던 순간들도 많지만, 내가 공부하고 있는 것들을 팀에 설득하고 개선해나가는 과정이 의미있다고 느꼈다.
 
하지만, 설득하지 못한 내용도 많았다. 신규 프로젝트를 JAVA에서 Kotlin으로 전환하기, JPA 도입하기, 하둡을 기반으로 한 데이터 파이프라인 구조를 VITESS DB로 전환하기 등이 있다.
 
그리고 이런 변화를 설득하지 못한 이유는 단순하다.
 
내가 그만큼 각 기술에 대해 잘 알고 있지 못했거나 설득할만큼의 수준은 되지 못했다는 것. 그리고 기술의 변화는 단순히 기술의 장단점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팀의 방향성과 리소스, 사이드 이펙트들이 고려되어야 가능하다는 것 등이다.
 
어찌보면 당연한 이야기였지만, '왜 좀 더 효율적인 기술 스택을 안 써?'라는 무책임한 1년 차의 불만의 화살이 나에게 돌아오는 순간이었다.
 
조금 더 천천히, 잘 알아야 할 것들이 많다.
 

블로그

최근에 블로그 글을 쓸 때면 고민이 되는 포인트가 있다. "내가 쓴 글이 헛소리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다.
 
내가 기술적인 내용을 정리할 때는 크게 두 가지 부류의 글이 쓰여지는 것 같은데, 첫번째는 기술에 대한 객관적인 사실의 정리이고 두번째는 주관적인 이해를 포함한 주장문이다.
 
객관적인 기술 설명에 대한 글도 나름대로 테스트 환경을 구축하고 내가 이해한 대로 코드를 작성해서 설명을 하곤 하는데 이 내용이 책이나 문서에서 설명한 내용을 온전히 잘 전달하는 예시인가, 잘못된 설명을 첨언하는 것은 아닌가하는 걱정이 있다. 심지어, 기술에 대한 내 생각을 적는 글은 이런 리스크가 더 높아진다.
 
그렇다고 하여 책이나 문서의 내용을 그대로 옮기거나 번역하는 것은 뭔가 내 스타일과 맞지 않는다. 이 자체도 공부로써는 의미있겠지만, 혼자 개인 노트에 적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참 딜레마다. 그런데 해결책은 없다.
 
조금 더 생각해보고 조사해보고 글을 쓰는 것밖에, 헛소리가 포함된 글들은 어쩔 수 없이 내가 성장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육아일기정도로 봐주는 것밖에.
 


두서없는 내용으로 1년 차 회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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