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만큼 보인다는 말

kindo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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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6. 24. 23:46

지금 회사에 오기 전까지, 대학생 때는 매 분기 혹은 반기마다의 목표를 세워 벽에 붙여뒀다.
 
가령, 코딩 테스트 몇 문제를 푼다거나 JPA에 대한 어느정도 수준까지를 공부한다거나 하는 식의 목표였다.
 
이런 목표들을 세우고 차근차근 달성해나가는 것이 현재를 살 때 불안감을 없애는 방식이자, 미래에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때에도 내가 열심히 했던 것과 그렇지 못했던 것에 대한 확인 지표였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이런 생각은 유효해서, 회사에서 매 달 업무 선별 회의를 할 때도 약간은 머리아플 것 같은 문제들을 해보겠다는 용기를 내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모르는 내용들을 배울 수 있고 어떤 부분을 공부해 나가야할 지에 대한 가이드가 되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카프카를 공부한다거나 쿼리에 대해 좀 더 공부해야겠다는 하는 식의 몇 가지 숙제들을 조금씩 해나가는 중인 것 같다.
 
그런데 최근에 문제가 생겼다.
 
하루의 대부분을 코딩하는 삶을 살고 있지만, 지난 시간들을 돌이켜보니 어떤 부분에서 확연히 성장했다고 느낄 수가 없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내가 성장한 부분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애매해졌다.
 
완전히 새로 알게 된 내용들은 무엇이며, 누군가를 설득할만큼 잘 알고 있는 것이 몇 가지나 되며, 다른 팀, 회사, 혹은 기술 생태계에서 사용하는 기술들은 얼마나 잘 알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정확히 YES로 대답할 수 있는게 몇 없다는 생각이다.
 
예를 들어, "저 JAVA 좀 아는 개발자입니다." 라는 수준을 어디일까?
 
람다, 스트림, 비동기, 인터페이스, 상속, 멀티쓰레드, 그 외 최신 JDK에서 제공해주는 기술들을 잘 쓰는 것? 객체지향에 대해 나름대로 이해하는 것? GC에 대해서 잘 이해하고 적절히 튜닝해본 경험이 있는 것? 이정도 알면 JAVA 좀 아는 개발자라고 할 수 있을까?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수준은 어디일까라는 것이다.
 
다른 기술들에 대해서도 위와 같은 질문을 똑같이 던져보면 정확한 대답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다.
 
가령, 얼마 전에 작업한 이슈에 대해 PR로 "업데이트 쿼리 나가는 부분은 비동기로 처리하는 게 나을 것 같다"라는 의견을 받았다. 그래서 열심히 공부했던 CompletableFuture를 사용해서 수정했다. 다시 코멘트가 달렸다. "기존에 Resilence4j, MetricRegistry 등을 사용하는 패턴이 있는데, 이 부분을 같이 가져가면 좋을 것 같아요." 그래서 기존 패턴을 살려서 수정했다. 다시 코멘트가 달렸다. "API 응답 시간을 좀 더 타이트하게 가져가야 될 것 같아요." ...
 
세세한 내용은 조금 다르겠지만, 위 맥락에서 보면 나는 비동기 처리에 대해 잘 아는 게 아니라 CompletableFuture에 대해서 아는 정도였다.
 
그런데 만약 저 PR의 대화가 오가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중구난방으로 일관성없게 비동기 코드를 짜대지 않았을까? 심지어 비동기 처리를 고려한 괜찮은 코드였다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요즘 개발자로 성장하기 위해 제일 중요한 것은 '메타인지'라고 생각한다. "아는만큼 보인다"는 말이 유사한 표현인 것 같은데 이 말이 조금 다르게 해석하면 "아는 것만 보인다"라고 한다.
 
서두에 말했던 내 학습 방향의 문제점은 학습의 대상을 선정할 때 내가 아는 범주 안에서만 목표를 잡은 것이다.
 
물론 큰 범위로 접근해서 스터디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지만, 안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다시 한 번 들여다보는 게 중요할 것 같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안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정확히 뭐를 안다고 생각하는거지? 라는 물음을 던지고 조금 더 작은 단위로 공부해야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면 예전에 반기에 3~4개정도 목표로 삼았던 대주제들이 아마 1~2개의 대주제와 10가지의 소주제로 바뀌지 않을까.
 
이번 글로 내 생각을 100% 표현하진 못한 것 같지만, 조심스럽고 어려운 주제라고 생각한다. 결론은 '자신감은 가지되, 조금 더 겸손하게 공부를 열심히 해야한다' 정도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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