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여름부터 지금까지

kindo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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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8. 17. 12:52

0. 들어가기 전에

원래 한참 전부터 지난 날들을 회고하는 글을 써보려고 했는데, 계속 미루다가 지금에서야 쓰게 됐다. 사실 회고라기보다는 지금 생각나는 내용들을 주저리 주저리 남겨보는 일기에 가까운 것 같다.

 

그리고 개발에 대한 내용을 많이 담아보려고 했는데, 아직 나는 아는 것도 별로 없고 배울 게 많은 병아리라서 과욕인 것 같다. 블로그에 정리하는 글들도 아직 100% 확신을 갖고 작성하지 못하기 때문에 좀 더 공부해서 내 실력에 대해 책임질 수 있을 때 무슨 말이라도 적어봐야겠다. 그래서 앞으로는 반기 혹은 1년마다는 열심히 생각을 정리해서 제대로 된 회고글도 작성해야지.

 


1. 재미

주변의 사람들이나 여러 회사의 면접을 보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은 '왜 개발을 하게 되었느냐'는 것이었는데, 이 질문에 대해 나는 항상 '재밌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몰랐던 내용을 배우고 그것들을 고민하고 코드로 표현해보는 것, 그 자체도 물론 재미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말하는 재미가 항상 공짜는 아니었다. 더 잘하고 싶어서 더 많은 시간을 공부했고, 완벽하게 하고 싶어서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나 스트레스가 항상 선형적으로 실력을 향상시켜주지도 않았다. 그래서 남들과 비교하기도 했고 스스로 생각했던 내 모습과 지금의 내 모습을 비교하기도 했다. 어쨌든 이런 걸 통칭한 '재미'가 내가 개발자가 되고 싶은 이유였으며 나를 성장시키고 지탱했다.


2. 어떤 개발자

2년 전, Java 클래스가 무엇인지 Main 함수를 어떻게 실행시키는지 몰라 친구들에게 물어봤던 순간이 기억난다. 모르는 건 죄가 아니었지만, 개발자를 하겠다고 선언한 사람이 저런 것도 모르고 학교 수업을 듣는 건 자괴감을 주기엔 충분했다. 남들이 하루면 끝낼 수 있는 과제를 3~4일동안 붙잡고 있던 적도 많았다. 심지어 그렇게 하고도 평균에도 못 미치는 점수를 받은 적도 많았다. 하지만 자괴감은 노력의 원천이 되기도 했는데, 2년이 지난 지금 돌이켜보니 대학 입시를 준비할 때만큼 성실히 공부한 적이 많았으며 매일은 아니지만 눈을 떠서 눈을 감을 때까지의 모든 시간이 개발 생각으로 점철된 적도 많았다.

 

그리고 이 경험은 내가 '나중에 어떤 개발자가 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의 씨앗이 되었다. 얼마 전에 유튜브에서도 내 생각과 비슷한 영상을 봤는데, 유능한 개발자(A)와 비개발자(B) 혹은 개발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는 사람(C)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에 대한 내용이었다. 내용은 대충 이렇다. 회사나 학교에서 협업을 할 때, A는 B들이 요구하는 내용들을 A의 관점에서만 고려하려는 경향이 크기 때문에 B의 요구가 이상하게 느껴지면 '개발을 몰라서 그렇다'는 생각을 한다는 것. 또한, C 부류 사람들의 의견이나 질문은 이미 고려한 내용 혹은 약간 부족한(?) 질문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모르는 내용에 대해 질문할 때는 지적 우월감에 휩싸이기도 한다는 것. 물론 내가 만났던 많은 사람들은 나에게 좋은 친구이자 선생님이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을 제 3자로 목격하기도 하고 경험해보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나중에 실력있고 친절한 개발자가 되어야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산다.


3. 후회

후회가 많이 남는다. 처음에 어떻게 코딩을 공부하는 지 몰라서 방황한 것, 조금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그렇지 못한 것, 조금 덜 열심히 해도 됐었는데 너무 힘들게 나를 몰아붙인 것, 더 많은 분야를 공부해보지 못한 것, 아픈 손목을 방치하면서 계속 키보드를 잡았던 것 등이다. 그런데 이런 후회는 그렇게 크지는 않다. 내가 가장 후회하는 것은 개발 외적으로 2년동안 가지고 살았던 생각이나 행동 양식들이었다.

 

[1] 개발자로서 새로운 서비스나 창업을 꿈꾸며 더 넓은 세상을 보는 사람들이 있었고, 나보다 더 진심으로 개발을 하는 사람들을 보며 부러움도 가졌지만 나는 그렇게 못할 것 같다는 두려움을 갖고 살았다. 물론 지금도 그렇지만 조금씩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봐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2] 나는 팔로워보다는 리더에 가까운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군대에서, 대외활동에서, 동아리에서, 팀 프로젝트에서 두 역할을 모두 해봤는데, 정작 나는 팔로워에 가까운 사람이었다. 리더의 자리에 있을 때는 내가 해야하는 역할을 착각하고 무책임하기도 했으며, 다른 사람들의 감정이나 입장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 적이 많았다. 물론 잘했던 점도 있겠지만, 제대로 해내지 못했던 역할들이 아쉽다.

 

[3] 생각보다 나는 말로 표현하는 데 서툰 사람이었다. 최근에 '유미의 세포들'이라는 드라마를 보게 되었는데, 구웅이라는 등장인물이 자신이 생각한 말들에서 불필요한 말들을 모두 자르고 몇 단어만 내뱉는 장면을 봤다. 내가 정말 많이 그랬던 것 같다. 하고 싶은 말은 마음 속에 묻어두고도 상대방이 내 마음을 읽을 수 있으리라 착각해왔다. 중요한 생각은 말로 전부 풀어서 이야기해야 한다.

 

그 외에도 더 많은 내용을 적고 싶지만, 일단 속으로 좀 더 생각해야겠다.


4. 계획

나는 원래 엄청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는 사람이 아니라서 명확히 보이는 미래에 한정해서만 계획한다. 지금 가지고 있는 계획은 단순하다. 

 

[1] 주변 사람들과 새로운 사람들에게 잘(?) 하는 것

[2] 회사에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을 성실하게 배우고 공부하는 것

[3] 꾸준히 운동하고 자기관리하는 것

[4] 재테크, 경제 분야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는 것(돈 모으기)

[5] 위에서 말한 후회되는 내용들을 수정하는 것

 

 

끝.